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음식에세이 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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창문을 열어보니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거실 깊숙이 들어오는 편안한 아침이야.
선물처럼 왔던 우리 보물 해리가 어느새 쑥쑥 커가는 모습이 차창밖으로 기지개를 편 싱그런 나무를 닮았구나. 옹알이하면서 세상의 말을 배워가더니, 벌써 아장아장 서툴지만 힘찬 발걸음까지. 날마다 너를 통해서 삶의 기쁨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어 정말 고맙다.
이유식을 시작할 때 오물오물 맛있게 먹던 네 모습은 정말 얼마나 예뻤던지. 젖을 떼고 비로소 독자적인 너만의 다양한 세상을 접하는 시작이었지.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맛이 있는지, 몸으로 느끼고 그 맛을 알아가는 성장의 과정이었어.
네가 처음 맛본 곱게 간 쌀 미음에는 여름내내 수고한 농부의 땀과 바람결에 들려준 세상이야기들이 다 들어 있단다. 그리고 채소, 과일들 한가지씩 추가할 때마다 그들의 건강함과 생명을 고스란히 먹을 수 있었고, 그래서 네가 접하는 음식 하나하나의 경험이 세상을 접하는 새로운 방법이었지.
‘세살버릇이 여든까지 간다’는 우리 속담이 있는데, 우리의 삶의 태도와 습관들을 빗대어 하는 말이지만 그 습관 중에서도 어릴 적 얻은 음식습관이야말로 가장 밑바닥부터 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단다. 그래서 처음 네가 접하는 음식들이 너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고, 네가 접하는 음식의 종류들이 너를 너답게 만드는 DNA 라고 할 수 있단다.
이제 엄마의 젖을 떠나서 스스로 먹기 시작하는 의젓한 나이.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는 편협함을 떠나 더 다양한 것들을 맛보면서 세상엔 얼마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는지, 그 다양한 삶 속에서 또 어떻게 어울어져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. 빨강, 노랑, 오렌지, 녹색 등 찬란한 다양한 색깔들의 과일과 채소를 맛보면서 세상이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운 세상인지 느껴보고말야. 또 네가 먹는 음식 하나하나는 누군가의 정성의 손길과 땀의 결실임을, 바람과 햇빛, 빗줄기까지 네가 먹는 음식을 키우느라 얼마나 애쓰는지 겸허히 배우는 시간들이길 바래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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